주부 김지혜 씨(39)는 올 여름 가족 휴가는 호텔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호캉스’로 결정했다. 8월 초 가족들과 짐을 싸서 집 근처 호텔 동대문 노보텔로 향했다. 넓은 수영장, 깔끔한 뷔페도 좋았지만 가장 김 씨의 마음에 들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인공지능(AI) 시스템이었다.
호텔에 설치된 AI스피커로 온도 조절, 조명 제어, 물품 요청을 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잠을 깨고 싶을 때는 “신나는 음악 틀어줘”, 밤에 침대에 누워서는 “거실 불 꺼줘”처럼 말만 하면 됐다. 수영을 많이 하다 보니 수건이 쉽게 떨어졌는데, 그때도 번거롭게 로비로 달려가 직원을 부를 일이 없었다. AI스피커에 “수건 갖다줘” 한마디를 하면 5분 내 수건이 배달됐다. 김 씨는 “호텔에서 작은 편의 제공을 받기 위해서는 꼭 직원과 대면해야했는데 음성인식 서비스로 간단한 것들은 해결할 수 있어서 정말 편리했다”며 “다음에도 숙소를 선택한다면 AI시스템이 적용된 객실을 선호할 것”이라고 했다.
호텔에 음성인식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AI호텔’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음성 명령으로 호텔 방을 제어하고 각종 물품 요청을 비대면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 9개 호텔에 AI 음성인식 시스템을 적용한 KT는 “호텔 AI 서비스를 써본 투숙객들은 다음에도 AI 시스템이 적용된 방을 요청할 정도로 재사용률이 높다”고 했다.
AI호텔은 호텔에 AI 시스템을 접목한 시설을 말한다. 작년 7월 KT와 자회사 KT에스테이트가 서울 중구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호텔&레지던스에 국내 최초로 AI호텔 서비스를 선보였다. 객실에 AI스피커를 설치해 투숙객 요청을 음성을 받도록 했다. AI서비스 접목으로 24시간 원활히 고객 요청에 대응하고, 직원들의 업무 효율과 고객 편의를 높인다는 목적이었다. 1년 새 AI호텔은 전국 9개로 늘었다. KT는 “호응이 좋아 1년 새 전국 9개로 늘렸는데, 요즘은 해외 사업자들도 관심이 많아 베트남, 홍콩 등 해외 개관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투숙객, 디스플레이형 AI스피커 이용
투숙객은 각 객실에 설치된 디스플레이형 AI스피커를 이용하면 된다. 음성인식뿐 아니라 터치스크린을 지원한다. 음성과 터치로 24시간 언제나 조명 및 냉난방 제어, 객실 비품 신청, 호텔 시설정보 확인은 물론 TV 제어 및 음악 감상이 가능하다. 이용객들이 기가지니로 명령하면 이는 호텔 시스템으로 연결되고 직원들은 고객이 보낸 메시지를 보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KT가 공개한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방문객의 AI스피커 사용 현황’에 따르면 투숙객들은 하루 평균 KT 기가지니 호텔 서비스를 30건 이상 이용했으며 AI스피커 사용 횟수는 증가하고 있다.
가장 많이 이용한 기능은 음악 듣기다. 객실당 월평균 150여 곡을 재생했다. “조용한 음악 들려줘” “비 오는 날 어울리는 음악 틀어줘”로 지니를 호출하면 된다. KT는 “호텔에서 음악 감상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호텔 공실률을 감안하면 실제 방문객들이 호텔 투숙 시 더 많이 음악듣기를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호텔에 적용된 AI스피커는 음향 전문업체 하만카돈 제품이 적용돼 있어 블루투스 스피커를 따로 챙겨온 고객들도 기가지니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다고 KT는 설명했다.
그다음 투숙객들이 자주 사용한 기능은 조명과 냉난방 제어였다. “거실등 켜줘” “불 꺼줘” 음성만으로 호텔을 제어할 수 있다. 침대에 누워 있다가 불을 끄기 위해 침대에서 나와야할 때의 번거로움을 AI호텔에서는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불 꺼줘” 이 한마디면 침대에서 편하게 잠들 수 있다. 모닝콜도 유용한 서비스다. “지니야 일곱시에 깨워줘” 음성으로 입력하면 된다. 호텔 프런트에 전화를 걸거나, 스마트폰 알람을 맞출 필요가 없다.
기존 호텔은 실내온도 조절을 위해 리모컨을 사용하거나 온도조절기를 찾아 조정해야 했다. 이와 달리 KT 기가지니 호텔에서는 침대에 눕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호텔을 제어할 수 있다.
투숙객 양지현 씨(45)는 “침대에 누웠을 때 불을 끄러 일어나기가 귀찮았는데 간단한 제어가 목소리로 가능하니 매우 편리했다”면서 “조명 제어와 모닝콜 설정처럼 작지만 귀찮은 일을 안 해도 돼서 좋았다”고 했다.
객실 비품 신청도 AI스피커로 해결된다. 슬리퍼·수건·샴푸를 추가로 요청할 때 로비에 전화를 걸거나 호텔 직원을 대면해야 한다. 그러나 AI호텔에서는 음성만으로 요청할 수 있다. 음성으로 주문하더라도 ‘정말 주문하시겠습니까’라고 다시 한번 묻는 절차가 있어 잘못 주문할 가능성을 방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노보텔을 기가지니 호텔로 만들 때 호텔 직원들과 협업해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시스템에 반영했다. 주문 확인 절차는 중복 주문이나 잘못된 주문을 방지하기를 원하는 호텔 직원들 요구를 반영한 기능”이라고 했다.